무엇이 역사의식인가!

여민지 | 조회 수 14 | 2020.03.21. 16:37
지난 70여 년간, 국가적 어젠다로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일본 따라잡기’ 두 가지였습니다. 통일은 75년 된 소원이지만, ‘일본 따라잡기’는 150년 된 소원입니다.

1876년 이후 이제껏 대다수 한국인의 마음속에서 일본은 원수이자 모범이었고, 적이자 스승이었습니다. ‘일본을 모범으로 삼고, 일본을 따라잡자’는 150년 가까이 한국 사회를 지배한 담론이었습니다. 작년 8월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개시했을 때, 유력 언론들과 지식인들은 “자존보다 생존이 먼저”라며 일본에 굴복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한국의 일부 지식인은 라는 자기 모멸로 가득 찬 ‘노예의 역사책’을 펴냈고, 그 책을 ‘보수의 바이블’로 칭송하는 비루한 정치인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일본을 향한 관성적 ‘노예의식’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사이에, 한국의 구매력 기준 1인당 GDP가 일본을 앞질렀습니다. 그리고 지금, 전 인류가 바이러스로 고통받는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 유수 언론은 우리나라를 ‘코로나 대처 모범국’이자 '민주적이면서 규율 잡힌 사회’라고 칭찬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처리부터 코로나19 대처에 이르기까지 불투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를 전 세계에 ‘전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100만 명분 진단 키트를 지원하겠다고 하자 “검사를 많이 하면 확진자만 늘어난다”는 주술적, 야만적 태도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BTS와 ‘기생충’에서 보듯, 한국의 문화 콘텐츠도 일본의 그것을 앞서고 있습니다. 이제 경제 정치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일본은 더 이상 우리가 ‘따라잡아야 할’ 상대가 아닙니다. 150년 된 우리 민족의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팬데믹이라는 암울한 상황에서도, 우리 눈앞에는 엄청난 역사적 대사건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2003년 아일랜드가 영국의 1인당 GDP를 추월했을 때, 아일랜드 사람들은 이 ‘역사적 성취’를 기념하고 길이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수도 더블린 광장에 ‘기념탑’을 세웠습니다. 식민지였던 나라가 식민 모국의 GDP를 앞선 사례는 한국이 아일랜드에 이어 세계사상 두 번째입니다. 20세기 제국주의 체제에서 식민지가 되었던 나라로는 세계 최초입니다. 한국인들이 이룬 성취는 한국인만의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시대에 식민지배를 받았던 사람 모두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그러나 한국인 절대다수가 자기들이 이룬 엄청난 성취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자기들이 지금 지나고 있는 현재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무감각합니다. 기뻐할 일이 있어도 알지 못하고 자랑스러워 해야 마땅한 일에 오히려 제 나라를 욕하는 어리석음이 넘쳐납니다. 언론이 이 ‘역사적 사건’들을 외면하고 ‘현재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침묵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런 사실을 알릴 수 없을 겁니다. 그랬다간 ‘자화자찬’이라며 욕할 게 뻔한 자들이 전국에 널려 있기 때문이죠.

지난 70년간 ‘일본을 모범 삼아 일본을 따라 잡자’는 담론을 앞장서 유포해 왔던 언론들이 막상 우리나라가 일본을 따라잡자 일제히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는 언론사 종업원들의 ‘역사의식’이 없기 때문일 거고, 둘째는 윤석열 장모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에 일제히 침묵하는 이유와 같을 겁니다. 저들에겐 '당파성'만 있을 뿐 '정의감'도 '공동체 의식'도 전혀 없습니다. 한국인들은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넘어가는 ‘역사의 다리’를 건너고 있지만, 한국 언론 125년 역사상 지금처럼 언론계가 쓰레기로 뒤덮여 있던 때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언론이 침묵하더라도, 우리 조상들이 150년간 품었던 ‘소원’을 우리가 이뤄냈다는 사실은 함께 알고, 함께 기억하며, 함께 나눠야 할 겁니다. 그리고 훗날 우리 후손들이 “일본을 앞질렀을 때 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느냐?”고 물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저 쓰레기들을 역사의 땅속 깊이 묻어버려야 할 겁니다.

- 전우용 sns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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