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이드 본부를 색칠(?) 해야 할 시점이 임박했습니다.

아무래도 폐교가 관리인을 구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칠할까 생각하다가

내친김에 정리하는 색칠 놀이 포스트입니다.

구미호, 지박령, 프로개

드루이드 본부 파티원은

한때나마(?) 그림 좀 그리러 다녔습니다.

로봇 벽화, 드워프

그중에 가장 이슈가 되었던 건

날개벽화입니다.

날개벽화의 시작은 단순하게

많은 사람이 즐거워할 만한 걸 만들어보자

였습니다.

사진 동호회의 유명 출사지인 이화동 벽화는 그렇게 생겨났고

5년간(2005~2009) 날개 디자인을 바꾸면서 관리했습니다.

그러다 모 카메라의 광고 영상과

주말 예능 프로에 소개되면서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렸습니다.

사람이 많이 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쓰레기 투기와 소음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보수하러 갔다가 주민분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곳에서 사는 분들에게 피해가 가는 걸 원치 않았기에

우리는 벽화를 직접 지웠습니다.

모두가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우리의 즐거움이 누군가의 불편을 담보로 한다면,

그 일을 포기하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즐거움은 다시 만들면 됩니다.


이후 날개벽화는 왕십리 광장에 새 둥지를 틀었습니다.

[ ↑ 작업 과정 기록 영상 ]


블루스카이

블루하와이

데낄라썬라이즈, 깔루아밀크


그렇게 그려진 날개벽화는

낙서에 의해 훼손되고 말았죠.

그래서 새로 그려야만 했습니다.

이때는 홧김에 낙서할 공간 없이

빼곡하게 숲으로 그렸던 것 같아요.

그조차 시간이 지나… 또 지웠습니다.

외부 벽화는 색이 바래서, 3년에 한 번 정도씩

관리 차원으로 재단장합니다.

낙서판을 따로 둔 덕분인지

이후는 제법 긴 기간 동안 보존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몇 곳의 작업을 했는데

가장 유명한 건 통영 동피랑 마을의 벽화입니다.

동피랑 벽화도 몇 년에 한 번씩 재단장했죠.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셨어요.

그러다 앉아서 촬영하고 싶다는 요청으로

날개 앞에 벤치를 놓기도 하고

실물로 작업해보기도 했습니다.

조형물 형태가 되기도 했죠.

공공기관에 납품한 조형물도 있습니다.


I 날개벽화 촬영 요령

앞에 의자가 놓인 날개벽화입니다.

앉아서 찍을 수 있도록 매우 낮게 그렸습니다.

대부분 앉은키는 비슷하기에

누구나 쉽게 천사가 될 수 있습니다.

옆 날개벽화입니다.

점프샷을 이용하면 재밌는 사진이 연출되죠.

역동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인기가 많습니다.

날개 아래로 나뭇가지가 그려져 있습니다.

마치 걸터앉은 것처럼 찍을 수 있죠.

I 키 작은 사람은?

날개벽화를 그리다 보면 요청받는 것 중 하나가

'아이들도 찍을 수 있는 날개벽화를 그려주세요'입니다.

'날개가 너무 높아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러면 설명하죠.

날개에 붙지 마시고요.

떨어져서 찍어 보세요.

매번 하는 말이지만, 설명이 부족한 탓인지

선뜻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발판까지 놓고 찍는 걸 볼 때면 마음이 아련해지죠.

사진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날개벽화는 키 165cm 여성 + 힐 착용에 맞게 그려지지만

그렇다고 키 작은 분들이 찍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날개벽화는 키가 작은 영ㆍ유아도 찍을 수 있습니다.

사진 속 모델의 키는 날개 높이와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몇 걸음 앞으로 걸어 나오면

어깨선이 날개의 마운트와 맞아떨어지게 됩니다.

중요한 건 벽에 굳이 붙지 않는 것이죠.

카메라를 든 사람이 앉으면

모델이 걸어 나오는 정도도 대폭 줄게 됩니다.

조금 더 직관적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인형의 키는 불과 30cm입니다.

인형님께서 앞으로 걸어 나오셨습니다.

키가 작은 만큼 비례해서 걸어 나오는 거리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날개가 어깨에 맞습니다.

날개 크기도 키에 준하게 작아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음. 잠깐만.

폐교 색칠 얘기 중이었는데,

왜 얘기가 이리로 샜죠?

옛날 기억의 한 부분이 프로개님 솜씨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