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한 첫날인 23일, 대부분 국민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서울과 부산, 광주 등 대도시 도심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어둠이 내려앉자 일부 대학가나 유흥가의 술집을 찾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무색했다.

서울의 대표적 대학가인 홍대와 신촌, 왕십리는 한산했던 낮과는 달리 저녁 시간이 되면서 젊은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코로나19 확산 진원지로 홍역을 앓았던 홍대는 동교동·서교동 등 골목골목마다 네온사인이 화려했고, 술집마다 방문객으로 붐볐다. 직장인 유모(33)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알지만, 개인적 사정으로 친구들과 저녁 자리를 갖게 됐다”면서 “노래방도 PC방도 문을 닫으면서 친구들과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술집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씨는 “방역 수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 자정을 넘기자 홍대입구 주변 술집 주변에는 남녀가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시되고 있다.

소규모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는 광주도 마찬가지였다. 전날 자정부터 광주 구시청 사거리의 주점 대부분은 고위험시설 12업종에 포함되지 않아 평소와 다름없이 성업 중이었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일부 술집에서는 50명 이상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또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니는 젊은이들도 눈에 띠었다. 택시기사 임모(54)씨는 “여기는 코로나19와 관계없는 별천지 같다”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어울려 술 먹고 떠드는데 코로나19 확산을 어떻게 막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 이어 임씨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부산 해운대 인근 지역은 썰렁했다. 집합금지 명령을 알리는 해운대구청 공문이 붙어 있는 출입문 안 주점 내부는 불이 꺼진 채 영업을 하지 않았다. 부산시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강화 조치에 앞서 21일 0시를 기해 고위험 시설 영업 중단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인근 PC방과 노래연습장도 일제히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간판 네온사인도 불빛이 꺼져 있었다.

경남 역시 썰렁한 모습이었다. 이날 새벽 창원 마산합포구 한 술집은 평소 주말과 달리 테이블에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매장 주인 이모(40)씨는 “서울지역 종교단체 집단감염 이후 매출이 반 토막 났다”면서 “손님이 가장 많아야 할 토요일인데 텅 비어 걱정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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