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중력파의 발견
지구로부터 13억 광년 떨어진 어느 광활한 우주.
각각 태양 질량의 36배, 29배나 되는 거대한 블랙홀 두 개가 서로 회전하며 가까워지다... 꽝!!! 충돌했다.
두 블랙홀은 결국 태양 질량의 62배가 되는 거대한 하나의 블랙홀이 되었고,
이때 태양의 3배나 되는 질량이 우주로 소멸하게 된다.
물 위에 어떤 물체가 움직이면 파동이 일어나듯, 우주에서도 질량을 가진 물체가 움직이거나, 생기거나,
사라질 때 파동이 생기는데, 이게 바로 그 중력파.
우주 전체로 퍼져나가며, 모든 곳에 적용되는 이 중력파는 '시공간의 왜곡'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블랙홀의 충돌이 있었던 곳으로부터 13억 광년 떨어진 지구에도 원래보다
많이 약해진 중력파가 도달했다.
아인슈타인이 101년 전 주장하고, 과학자들이 얼마 전 입증했다는 그것.
대체 어떻게 발견할 수 있었던 걸까?
중력파를 관측한 시설 라이고(LIGO)
두 개가 서로 떨어져 있는 거리
이번에 중력파를 관측해낸 시설은 미국 워싱턴 주 핸포드와,
그로부터 3000km 떨어진 루이지애나 주 리빙스턴에 하나씩 설치되어 있다.
왜 이 시설이 두 개나 필요할까?
바로, 양측에서 관측한 데이터를 비교해, 가짜 신호를 구분해내고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
라이고의 넓이
라이고는 길이 4km의 튜브 두 개가 직각으로 뻗어나가는 L자형 모양이다.
내부 공간의 넓이는 8500세제곱미터.
이는 지하철 32개를 이어 붙인 것과 비슷하다.
라이고 안의 기압은 지구의 1조 분의 1
이 거대한 공간의 내부는 1조 분의 1기압. 즉, 지구 위 표면에 비해 공기가 1조 배 적다는 의미.
지구 위에 존재하는 가장 거대한 초진공 상태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철저하게 진공상태를 만든 건, 중력파 이외에 진동(지진, 주변 소음 등)이 실험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진공 튜브 안에 설치된 두 개의 거울이
떨어져 있는 거리
1조 분의 1 기압을 유지하는 4km의 진공관.
그 양 끝에는 거울 두 개가 마주 보게 설치되어 있다.
실험은 똑같은 길이의 진공관에 레이저를 쏘아, 거울에 튕겨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하는 것.
(평소에는 다시 돌아와 한 곳에서 만난 레이저가 상쇄되어 사라짐)
문제는 중력파가 지나갈 때, 시공간에 왜곡이 생기며 L자 두 팔의 길이가 살짝...
아주 사아알짝 늘어났다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
이때 변하는 거리는...
화학 원소로서의 특성을 잃지 않는 최소 입자인 '원자'.
그 중심에 위치한 '원자핵'.
중력파가 스칠 때 두 거울 사이가 변하는 거리는 윈자핵 지름의 ‘1000분의 1’ 정도라고...
즉, 그 거대한 시설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작은 변화를 캐치하여
중력파가 실제로 존재했음을 밝혀낸 것!!!
이번에 검출된 중력파의 최대 진폭은
10의 21거듭제곱분의 1
이는 1광년(9조 50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길이에
머리카락 하나 굵기 정도의 변화가 생긴 것과 맞먹는다고 한다.
하... 내 손가락은 열 개뿐인데, 뭔 놈의 숫자가 이렇게 큰 거야...
101년 전에 중력파를 주장한 아인슈타인도,
또 공기보다 작은 변화를 잡아내
그걸 진짜 증명해 낸 현대의 과학자들도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