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7세기 말의 조선의 한 산골마을에 인,의,예,지,신의 다섯가지 덕목을 고루 갖추어
주변사람들로 부터 '오덕군자'라 불리우는 한 선비가 있었는데 성은 오씨요 이름은
덕구悳謳라 하였다. 그는 살면서 단 한번도 고향을 떠나 여행을 가본적이 없기에 좀 처럼
보기 힘든 서역의 문물들에 관심이 매우 많았는데 그렇게 익힌 서역에 대한 지식이 탁월하여
큰 바다와 버금가는 값어치를 지녔으니 그의 친우들은 그를 양아치洋亞値라고 부르었다.
평소와 똑같이 파압송琶押頌(비파를 누르며 왕을 칭송하는 노래)을 부르며
지내던 어느날 그의 드높은 명성을 들은 임금님께서는 그를 궁으로 불러 그에게 한가지
부탁을 청하였으니 서역과 친목을 다지기 위해 서역으로 가는 사절단에 그가 참석하여
중요한 이번 기회를 성공으로 이끌어 달라는 말씀이시었다.
그 말씀에 흔쾌히 임금님의 청을 받아들인 그는 서역으로 향하였는데
서역에 도착하니 과연 생전 처음보는 물건들이 곳곳에 널려있으니 구경하는데 시간가는줄을
모르겠다 하더라. 그중에서도 여자하인들이 입는 매이두복梅利頭服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 하였는데
양陽을 상징하는 백과 음陰을 상징하는 흑의 조화와 꾸미고 싶어하는 여자하인을 배려하는 나풀거리는 밑단
거기에 상투를 쓰지않는 여인들을 배려하여 여성들의 긴 머리카락을 정돈시켜 단정하게 만들어주는 머리띠까지.
감히 완벽한 복장이라 말할 수 있었다.
사절을 무사히 끝맞친 그가 조선에 돌아와 솜씨좋은 의복장이에게 이 옷을 만들게 하니
한땀한땀 정성스레 만들어 몇칠이 지나지 않아 비단으로 만든 옷을 그에게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의복을 받기도 전에 서역에서 감염된 병에 시들시들 앓던 그는 얼마지나지 않아 죽고말았고
결국 그 원한에 사무친 혼령이 옷에 깃들어서 귀신들린 옷이 되어 밤마다 귀신의 소리가
울려퍼졌다고 한다.
-시두노배루恃讀擄輩鏤(무리를 사로잡은 믿을수 있는 구절을 새긴것)中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