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택배 노조의 파업 예고가 큰 이슈였다. 특히 물류 산업 점유율 1위인 CJ대한통운이 파업을 주도하고 있어 이는 ‘택배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한국 사회는 지금 택배 전쟁 중이다. 혹독한 과로로 목숨을 잃는 택배 노동자가 속출하는 지금,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들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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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작업, 대체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택배 노조가 파업을 주장한 핵심 이유는 바로 분류 작업이다. 우리가 택배를 맡긴 물건은 곧바로 배송지로 가지 않고 허브터미널로 이동한다. 여기에는 분류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허브에 모인 수많은 물건들은 다시 지역별로 분류된 뒤 지역 서브터미널로 옮겨진다. 택배 기사들은 이 서브터미널에서 물건을 차에 싣고 우리 집 앞까지 배달한다. 

택배 기사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바로 이 서브 터미널에서 이루어지는 분류 작업이다. 서브터미널에서 자신이 배달할 상품을 분류하고 싣는 데 7~8시간이 걸리는데, 이건 택배 기사가 해야 할 노동의 범위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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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택배 회사 측에서도 할 말은 있다. 회사 측은 서브터미널에서 하는 분류 작업은 엄밀히 말하면 분류 노동이 아니라 ‘자신이 배송할 물품을 인수받는 업무’라고 설명한다. “업무가 과중하다면 개인이 배송 물량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원도 택배 기사의 분류 작업이 ‘공짜 노동’은 아니라고 봤다. 법원은 ‘원고(택배 기사)들이 자신들의 책임 배송 지역 내에 배송하여야 할 물건들을 분류하였다 하더라도 피고(택배 회사)가 노무비 상당의 이득을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

CJ대한통운 택배 기사가 배송 업무중 호흡곤란을 호소해 119 구조대에 의해 병원에 이송되었으나 끝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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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8명, 반강제로 내몰린 장시간 노동

지난 10월 8일, CJ대한통운 택배 기사가 배송 업무중 호흡곤란을 호소해 119 구조대에 의해 병원에 이송되었으나 끝내 사망했다. 올해 들어 벌써 8명째였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정부와 택배 업계는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택배사는 택배 기사들이 수입을 늘리기 위해 자청해서 일을 많이 한다고 설명한다. CJ대한통운은 올 상반기 택배 기사(1만 7,381명)의 평균 수입이 월 690만 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690만 원을 택배 기사가 모두 챙기는 것은 아니다. 집배점 수수료, 차량 연료비, 세금, 운영비 등필수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이 있다. 

그렇게 2,500원이라는 택배 가격은 꽤 오랫동안 고정된 ‘배송 정가’로 굳어졌다. 이 중 택배 기사가 가져가는 돈은 700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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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경쟁 끝에 2,500원으로 고정된 택배비, 비용 절감만으론 한계 있어

2,500원이라는 택배 가격은 꽤 오랫동안 고정된 ‘배송 정가’로 굳어졌다. 이 2,500원을 가지고 택배사, 택배 분류자, 배송 직원들이 나눠 갖는다.

턱없이 부족하다. 이 중 택배 기사가 가져가는 돈은 700원 정도다. CJ대한통운 측이 설명한 대로 월수입 690만 원을 올리기 위해서는 하루에 400건 가까운 물건을 배송해야 한다. 

결국 해법은 두 가지 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택배 단가를 올리는 것이고, 둘째는 택배 노동자의 총업무 시간 혹은 총 배달 건수를 제한하는 것이다. 어느 하나만 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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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소비자, 온라인 유통업체, 택배사, 택배 운송 노동자 모두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가운데 2,500원이라는 배송 가격은 수년 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 방정식은 업계의 자율적인 조정으로는 풀 수 없을지 모른다. 

택배사와 택배 노동자들의 갈등은 물류 업계 내부의 문제지만 여기에 유통 업체가 끼면 이는 더 이상 내부적으로 풀기 힘든 과제가 된다. 결국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단순히 ‘대란’만 막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택배 비용을 현실화하고, 이와 함께 택배 업계의 만성적인 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