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이상한 대통령 선거였다."

미국 정치 전문가인 그랜트 리허 시러큐스대 교수는 이번 미국 대선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기괴한 이벤트였다고 총평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선거가 미국 정치 사회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리허 교수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전에는 볼 수 없던 수사를 사용하며 극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대통령과 함께 선거를 치렀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1차 TV 토론에서 불거진 막말 논쟁과 끼어들기 논란, 그로 인해 등장한 무음 버튼은 대선의 퇴보를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건전한 정책 대결 대신 서로에 대한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정보 유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무분별한 정보 유통은 2016년 대선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대혼란을 초래했다. 투표 직후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곳곳의 개표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익숙하지 않은 우편투표와 조기투표를 대규모로 시행한 것이 이번 대선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리허 교수는 이번 선거가 문제의 종식이 아닌 또 다른 분란을 불러올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 불복을 선언한 만큼 향후 수주간 큰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미국 정치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혼란이 차기 대통령 취임일인 내년 1월20일까지 계속될 가능성에도 무게를 뒀다.

리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에 더욱 공격적으로 대처하고 지도력을 발휘했다면 이번 선거에서 충분히 승리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믿음이 더 컸다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몰락의 길을 선택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국민의 투표를 제한하려는 시도가 많았던 국가다. 대선일이 공휴일이 아니다 보니 많은 서민의 선거 참여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런 상황을 일거에 바꿔놓았다. 흑인과 라틴계 주민은 물론 거동이 힘든 노년층도 우편투표를 통해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투표율이 120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배경이다. 향후에도 새로운 방식의 투표를 통해 더 많은 이가 정치에 관심을 갖고 미국을 바꿔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본 것이다.

리허 교수는 바이든 후보가 집권한 후에도 이런 기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더 많은 유권자의 관심과 공화당 중심의 상원과의 관계를 감안하면 바이든 후보 역시 중도 성향의 정책에 집중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향후 민주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지향하던 진보 성향에서 후퇴해 오히려 민주당 소속이면서도 보수 성향 색채를 보인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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