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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6월 새벽 술에 취한 여성이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 간 뒤 아파트 계단 사이 항거불능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간음했다. 이 과정에서 술에서 깬 피해자가 A씨를 촬영하려 하자 휴대폰을 빼앗아 길에 던지고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준강간한 사실 외에 주거침입, 절도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휴대폰을 가로챈 것은 촬영을 막기 위해서였을 뿐 본인이 가지려는 의도가 없었기에 절도죄는 아니라는 취지였다.

무엇보다 관건은 주거침입준강간죄의 성립 여부였다. 성폭력처벌법 3조1항은 주거침입 등 죄를 범한 사람이 강간, 준강간 등의 죄를 범하면 가중처벌로 무기징역 또는 최소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준강간죄를 주거침입과 별개의 범행으로 보면 최소 형량이 징역 3년으로 낮아진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이 주거침입준강간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건 장소가 피해자 주거지가 아닌 제3의 장소였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주거침입준강간죄의 성립 조건에 제3자의 주거지가 적용되면 가중처벌하는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질 우려가 있다"며 "보통 성폭력 범죄는 야외가 아닌 실내 공간에서 벌어지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피고인이 피해자 주거가 아닌 제3자 주거에서 한 것은 성폭력처벌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피고인이 불법한 목적으로 (아파트에) 들어간 건 맞고 단순 주거침입과 준강간의 병합법일뿐 성폭법상 주거침입준강간에 해당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주거침입은 인정되지만 성폭력처벌법 상의 주거침입은 아니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아울러 절도죄에 대해서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징역 7년 이상의 중형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준강간은 징역 3년 이상의 중범죄"라며 "사건 경위나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상당한 중형을 선고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집행유예 외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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