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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오늘도 힘들었어요. 드넓은 밭 전체에 약 뿌려야 한다 해서 기다란 호스를 이리 밀었다, 저리 당겼다를 약 1시간 동안 반복하고, 그 뒤엔 비닐하우스에 건조시킨 것들을 전부 다 봉지에 담아서 옮기고... 몸이 먼저 죽겠군요. 그리고 이젠 정신이 죽을 차례입니다.



...시끄럽다. 눈을 아직 뜨지 않아서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대충 예상해보니 내 주변에 팀원 분들이 꽤나 몰려있는 거 같았다.
...왜요. 또 왜요. 커피 안 갓다드려서 화나셨나요, 다들? 예?
조심스레 눈을 떠보니, 가장 먼저 내 눈에 들어온 건 내 몸에 덮여져 있던 모포였다. ...또 누구야, 이 모포 덮은 사람은. 고맙긴 하지만 이러면 내 쪽이 조금 미안해진다고.
...그런데 왜 다들 '걱정돼...'라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은 곧 나오게 되었다.
"씨름, 괜찮아?"
"네? 인공지능 님, 그게 무슨 소리에요?"
"아니, 그게... 조금 아까 전에 다들 점심 다 먹고왔더니 네가 소파 쪽에서 자고 있더라. 그런데 왠지 악몽이라도 꾸는 것처럼 안색이 안 좋아 보이길래..."
...걱정해 주는 건가. 하지만 내 딴으로는 이렇게 있으니 왠지 모르게 동정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위로받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걱정이 돼.'라는 형식의 위로였다.
...일단 이 사람들부터 다 떼어놓아야겠다.
"...별 것 아니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되요."
최대한 안 좋은 기분을 억누르며 대충 말했지만, 아무래도 다른 분들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 보다. 특히, 팀장인 에니포 님에겐 더욱더.
"거짓말 치지 마. 아까 자고 있을 때 너의 표정은 안 좋은 기억이라도 떠올린 것처럼 창백했었어."
...쳇. 역시 에니포 님은 눈치가 빠르시다. 하지만 그 생각을 완전히 떨쳐내기도 전에, 에니포 님은 나를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알려 줘. 도대체 넌 왜 그렇게 우울한 것이고, 왜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이야. 적어도 팀아리아의 팀장으로서 알고 싶어."


[만약 내가 팀아리아 회원 분들과 아는 사이라면? 3-털어놓는 과거와 남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말씀드린다 해도 무슨 소용인 거죠?"
"적어도 우리가 도와줄 순 있을 거야."
"아뇨, 틀렸습니다. 과거의 트라우마는 남들에게 말한다고 해서 단숨에 낫거나 상관 없어지거나 하지는 않으니까요."
"단숨에 낫지는 않지만 천천히라도 없앨 수는 있어!"
아무리 말을 해도 그대로 넘어갈 만한 분위기가 아니다. 이렇게 되면 말하기 싫어도 억지로 말할 수밖에 없다.
"...짧고 간략하게 말할 테니까, 잘 들으세요."
"응."
에니포 님은 그제서야 만족했다는 듯 다른 회원 분들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의자를 가지고 와서 앉았다.
...저기, 다시 생각해 봤는데, 그냥 말 안 하면 안 될까요? 다들 나를 주목하니까 뭔가 압박받는 느낌이었다. 무슨 대기업 입사 면접이냐고.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다.
"중학교 2학년 때쯤이었나. 그 때 저는 소심해서 친구를 못 만들고 있었어요. 애초에 다른 애들이 저에게 가까이 다가와 주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애가 저에게 와서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도 기뻐서 바로 받아들였죠.
하지만, 그런 행복은 잠시 뿐이었어요. 친구가 된 지 반 년 정도 지난 무렵부터, 그 친구의 반응이 조금씩 이상해져 갔어요.
말하는 횟수가 줄다가, 같이 돌아다니는 횟수가 줄다가, 서로 웃는 횟수가 줄다가... 모든 것들이 조금씩 줄다가 결국 나중에는 그 애가 다른 애들과 함께 저를 따돌리고 소외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그 애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결국 너는 이용당했을 뿐이다.'라고요.
결국 그 뒤로는 아예 친구고 뭐고 다 팽개치고 혼자 활동했어요. 말로는 친하다면서 실제로는 친하지도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으니까요."
사실 더 얘기하자면 더 자세하게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내 입만 더 아파지는데다가 시간이 아까워지기만 한다. 그래서 적당한 선에서 얘기를 끝냈다.
"..."
"..."
"..."
그리고 다들 말이 없다. 뭐, 이런 반응이 당연한 거겠지. 애초에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사람들에게 우울한 이야기를 하면 찬물을 끼얹은 듯한 느낌만 들 뿐이니까.
역시 괜한 소리를 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밖으로 나갔다. 뒤에서 다른 분들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았지만 일부러 무시했다.
문 밖으로 나온 뒤, 나는 그대로 옥상으로 올라갔다. 물론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다. 꽤 오랫동안 잠을 잤다는 것을 알려주듯 해가 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대로 조금 오랫동안 있다가 돌아가면 상관없겠지. 안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면 그 원인을 없애면 된다. 그것이 이 사회가 자신들의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에게 가장 편한 방법이다.무시당하고 소외당하는 건 이미 신의 경지에 이르렀을 정도로 익숙하니까.
하지만 그런 나의 생각을 부정하듯 옥상에 올라온 사람이 또 있었다.
인공지능 님이었다. 아마 다들 얘기를 나눈 뒤에 인공지능 님이 따라오기로 결정했던 것 같다.
"...왜 오신 거죠?"
"왜긴. 걱정되서 왔지."
"제가 그 안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게 만든 원인인데도요?"
"그렇다고 해서 너를 탓할 사람은 없어. 잘못이 있다면 애초에 너의 친구였다는 그 애가 잘못한 거니까. 너무 자책하진 마."
"......"
"그럼, 난 먼저 가 있을게. 더우니까 너도 빨리 와~."
그렇게 말한 인공지능 님은 그대로 아래로 내려갔다. 그것을 바라보던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 해를 바라보았다.
세상은 비참하다.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직장에서 쫓겨나기까지 할 정도로 비참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렇게 남을 위한 사람들도 조금 있다.
순수하면서도 바보같고, 남을 위해 아낌없이 봉사하는 모습은 정말 바보같고,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건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알 수 있다. 그런 모습 때문에 아직도 희망을 믿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남을 위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말이지, 이 세상은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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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씨름

(level 19)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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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에니포 2016.08.11. 20:53
어머나 1화부터 보고 왔는데ㅋㅋ 재밌네요ㅋㅋㅋ
제, 제가 저렇게 멋있게 말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텐데 현실은 그렇지가...ㅠㅠ
다음편 기대됩니다!
lost씨름 2016.08.11. 21:13
하,하하....그다지 잘 쓰진 못한 거 같은데요...(자신감 하락,무기력이 일종의 패시브)
그,그리고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rofile image 메르헨 2016.08.11. 20:59
우왕 재미있네요 다음화 기대할게요..!!:3
lost씨름 2016.08.11. 21:13
네! 다음 화도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Profile image 긁지마 2016.08.11. 21:24
너무 재밋어요ㅋㅋㅋㅋㅋ
다음엔 제가 주인공인 이야기도 나오면 좋겟어요 헿
좋은 이야기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lost씨름 2016.08.11. 21:25
ㅇ,옛?! 긁지마 님을 주인공으로요?!
(인물의 심리상태나 생각 등을 전부 다 알아야 쓸 수 있는데!?)
Profile image 긁지마 2016.08.15. 22:46
이미 알만큼 아신거같은데....헿
lost씨름 2016.08.15. 22:47
...(야한책을 본다던가,기타가방에 야한잡지가 있다던가...그것밖에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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