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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부터 시작하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4-1:각자의 사정은 알 수 없어도 그 미래가 밝은 미래이면 좋겠다.]


[SIDE 씨름]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새 저녁 9시가 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집에 갔겠지만, 오늘만큼은 크리스마스다운 느낌을 느낄 수 있게 다 같이 회사 쪽에서 자자고 주장한 긁지마 님의 의견이 존중되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입다물고 있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반대해봤자 나머지 14명이 반대를 할 리 없으니까.
...그나저나, 아까 긁지마 님이 그 얘기를 할 때 곁에 계시던 에니포 님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 보였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자, 그럼 선물도 이미 사놨고, 이제 슬슬 피곤하니까 잠 좀 자볼...
"우리 진실게임 하자!"
프리 님의 제안을 들은 나는 곧바로 잠 잘 생각보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회피해 갈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래서 무슨 결론을 냈냐고?
......옙.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1:14로는 이길 수 없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나머지 모두 찬성을 했다.

그렇게 난데없이 진실게임이 시작되고, 가위바위보를 통해 인공지능 님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그럼, 우선 씨름이."
...신이시여, 어째서 불길한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는 걸까요. 왜긴 왜야. 당연히 인간은 불행한 삶을 살기도 하니까 그렇지.
"음... 씨름이 너는...

'여기 있는 분들 중에 가장 좋은 사람을 뽑자면 누가 제일 좋아?'"
...아아, 차라리 기절하고 싶다. 인공지능 님의 그 질문이 다 끝나기도 전에 나머지의 시선이 전부 내 쪽으로 쏠리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 지금은 조금씩 회피하기로 했다.
"가, 갑자기 그런 걸 물으셔도..."
"...혹시 이런 거 싫어?"
아아, 운다. 저 순수한 인공지능 님이 울려고 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긁지마 님이 나를 무섭게 쏘아보았다(어째서?!).
그리고 그에 따라 내 몸은 쩌저적, 이라는 효과음이 붙이면 어울릴 정도로 모이 굳어버렸다. 아니, 대체 왜 다들 저를 뚫어져라(특히 긁지마 님은 죽일듯이) 쳐다보는 겁니까?
"으음... 그게..."
...왜 갑자기 내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걸 포기하던가, 아니면 회피하기를 포기해라!'라는 생각이 떠오른 걸까. 그만큼 나에겐 선택의 한계가 있다는 것일까.
그 때, 긁지마 님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참고로 얘기 제대로 안 한 사람은 야한 잡지를 보게 할 거야."
...무섭습니다. 네, 무서워요. 지금에 한해서 저희 부모님보다 더 무섭습니다.
"...하아, 굳이 뽑자면... 에니포 님?"
내 말에 에니포 님은 의외였다는 듯 놀라며 나를 쳐다봤다. 그나저나 왜 인공지능 님은 절망한 듯한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시는 겁니까.
"...다른 의미로 실패했으니까 이 잡지 봐. 처음부터 끝까지."
살려주세요.

그 뒤, 약 20초간이나 긁지마 님과의 자유쟁탈전(?)을 펼치고 나서야 나는 그 잡지를 읽는 것을 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내가 다른 사람을 지목할 차례이다.
"흐음... 에니포 님."
"으, 응?"
...어째서일까. 왠지 에니포 님이 평소와는 다른 모습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대체 왜 그렇게 침울해 있는 건가요?"
움찔!
내 질문에 에니포 님은 책상이 덜컹거릴 정도로 몸을 움츠렸다. 게다가 식은땀도 흘리는 거 같고.
"아, 아아. 나 감기 걸려서 그래. 크흠!!"
"...그런가요."
뭔가 꺼림직하지만 그냥 넘기기로 하자.

그 뒤, 멤버 분들은 무려 두 시간 동안이나 잠시도 쉬지 않고 진실게임만 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덕분에 평소 취침시간에서 두 시간이나 늦어진 나는 조금씩 눈이 감겨가고 있었다. 아, 진짜 장난 아니게 피곤하다. 선물이고 뭐고 일단 지금은 그냥 잘래...


시끄럽다. 내 주변이 시끄러운 것을 느낀 나는 감고 있던 두 눈을 서서히 떴다. 시계는 11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다른 분들은 이제 슬슬 선물 교환을 하려는 건지 각자 선물상자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도 선물상자를 꺼냈다.
"자, 그럼 이제 선물 교환을 시작하겠습니다. 각자 뽑았던 상대에게 자유롭게 선물상자를 주면 됩니다."
에니포 님의 멘트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선물 교환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나는 잠시 동안의 틈을 타 선물상자를 들고 사무실을 나와, 그대로 옥상으로 올라갔다. 지금 저 난장판 같은 상황에 움직이기라도 했다간 분명 누군가와 부딪칠 게 뻔하다. 무엇보다 나는 저런 분위기를 싫어하기도 하고 말이야.
그렇게 조용히 옥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다가,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거기 계신 거 다 알아요. 에니포 님."
내 말에 계단 쪽에 숨어 계셨던 에니포 님은 부자연스러운 발걸음으로 나오며 말했다.
"알고 있었어?"
"아까 올라오던 와중에 계속 다른 발소리가 겹쳐서 들려서요."
서로에 대한 믿음이 더 생기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성격 자체가 사라지거나 한 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것을 느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저에게 선물을 주실 분은 에니포 님이신가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혹은 썩소를 지으며) 말하자, 에니포 님은 살짝 고개만 흔들었다.
...음, 역시 뭔가 이상해.
"그래서, 저어게 주실 선물은요?"
내 말에 에니포 님은 나에게 선물상자를 주었다. 조금 묵직한 느낌이 드는데. 대체 뭐가 들어가 있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선물상자를 열어본 나는,

그대로 움직임이 멈춰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잠시동안 몸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
에니포 님이 주신 선물상자에는 공책과 연필,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초콜릿 과자들이 꽤나 들어있었다.
나는 그것을 확인한 뒤, 그대로 선물상자를 내려놓고 에니포 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에니포 님, 고마워요..."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저것들을 본 순간 잠시 동안 중학교 때의 트라우마가 떠올랐지만, 이렇게 즐거워야 할 날에 눈물은 필요없기 때문에 그냥 미소만 지었다.


[SIDE 에니포]

다행이다. 씨름이는 내가 준 선물들에 만족한 것 같다. 내 손을 잡고 웃기까지 했으니까.
그럼, 이제 나는 나한테 선물을 주는 사람을 찾으러 다시 내려가볼까.
...응?
"저기, 씨름아? 왜 손을 계속 잡고 있는 거야?"


[SIDE 씨름]
나한테 선물을 주기로 한 에니포 님에게 선물을 받았으니, 이젠 내가 선물을 주기로 한 에니포 님에게 선물상자를 드릴 차례였다. 나는 에니포 님에게 선물상자를 주며 말했다.
"에니포 님, 여기 선물이요."


[SIDE 에니포]

...나한테 선물을 주기로 한 사람은 씨름이었구나. 씨름이에게서 받은 선물상자는 조금 가벼웠다. 뭐가 들었을까, 하고 생각하며 선물상자를 열었더니,

목 아플 때 먹는 약 한 곽, 미니 먼지청소기가 들어있었다.
놀라서 잠시 몸이 굳어버린 와중에도, 씨름이는 자기가 할 말을 했다.
"에니포 님 쪽 자리는 항상 먼지가 생기니까요. 그래서 이렇게라도 준비해봤어요."
그렇게 말하며 조금 침울해지는 씨름이의 표정을 보니, 문득 낮에 그 녀석에게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그걸 깨달았을 땐 이미 나도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뒤였어. 그때 미리 사과를 했었다 해도! 씨름이가 이미 겪어버린 정신적 고통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그 순간, 나는 눈물이 흐르는 걸 참을 수 없었다.
"흐흑...."
씨름이가 당황했지만, 내 눈물이 멈추지가 않았다. 어째서 이 선물을 받았더니 그 말이 떠올랐던 걸까. 왜 즐거워야 할 이 때에 그 녀석과 씨름이가 모두 즐거워질 수 없다는 사실이 떠오른 걸까.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내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씨름이가 나를 안아주었다.
"......"
잠시 놀랐으면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기에 나는 그대로 씨름이에게 기대어 눈물을 흘렸다.


[SIDE 씨름]

...어, 얼레? 에니포 님이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어째서?! 혹시 선물에 울고웃는 사람인가? 라는 등 바보같은 생각이 넘쳐흐를 무렵,
"흐흑..."
에니포 님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나는 순간적으로 느꼈다.
에니포 님은... 어떤 슬픈 일 때문에 울고 있다는 것을.
그 일이 무슨 일인지는 차마 물어볼 염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신 나는 에니포 님을 안아주며 작게 말했다.
"...고민 같은 게 있다면 혼자서 끌어안고 있지 마세요."
여태까지 내 트라우마를 숨겨왔던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찬 물 더운 물 가릴 때는 아니었는지 에니포 님은내품에 안겨진채로 계속 흐느꼈다.
그것을 바라보던 나는 에니포 님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한숨을 내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서는 별이 힘차게 빛나고 있었다. 저 별이 누구를 상징하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알고 싶지 않다. 얼마나 밝은지도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저 힘차게 빛나는 별이 우리들의 밝은 미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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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씨름

(level 19)
43%
.
Profile image bungdack 2016.08.20. 02:28
으어어어 해피엔딩이구나아아아...
잘 끝나서 다행이네여...
(다른분들의 선물은 뭐였을지 궁금)
lost씨름 2016.08.20. 02:43
(입꼬리를 살짝 올린다.)
4-1이라고 써있지 않습니까?(세희를 흉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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