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정 모 씨는 최근 한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한 채권추심사에서 보낸 '변제 최고장'이었습니다. 20만 원이 넘는 미납금이 납부되지 않고 있어 채권추심절차에 들어갔다는 안내와 함께 조속한 변제를 촉구하는 내용이 편지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정 씨에 대한 채권추심절차에 들어간 곳은 정수기 등 국내 가전 렌탈 시장점유율 1위 기업 코웨이입니다. 정씨가 자사에서 렌탈한 비데 요금을 미납하고 있다며 채권추심절차에 들어간 거였죠. 그제야 정 씨는 며칠 전부터 다짜고짜 돈을 내라고 오던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전화금융사기 쯤으로 여기고 차단했던 게 떠올랐습니다.

■쓰지도 않은 요금을 내라는 코웨이 무슨 일?

정씨가 미납요금을 내라는 요구를 무시할 수 있었던 건 간단했습니다. 코웨이 제품을 렌탈해 사용하고는 있었지만, 코웨이 측이 연체가 됐다고 말하는 비데는 사용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었죠.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일에 변제 최고장까지 날아들자 정 씨는 덜컥 겁부터 났습니다.

그래도 설명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채권추심사에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정 씨의 바람과는 달랐습니다. 요금을 미납한 게 맞으니 돈을 내라는 말 이외의 답을 들을 수 없었던 겁니다. 화도 내보고 하소연도 해봤지만 어쩔 수 없다는 그들의 말에 정 씨는 분통을 터트려야 했습니다.

대표번호로 나와 있는 코웨이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해도 본사 상위부서와 연결을 시켜줄 수 없다며 선을 그을 뿐이었죠.

자식뻘되는 채권추심사 직원들에게 모욕적인 언사까지 듣게 된 정 씨. 이대로 쓰지도 않은 요금을 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인지 잠 못 이루는 밤은 한 달 간 지속됐습니다. 정신적 고통을 참다 못한 정 씨 가족은 답답한 마음에 제보하게 됐습니다.

코웨이가 고객에게 보낸 미납요금 지급 촉구 문자.


■싹 달라진 코웨이 “동명이인을 착각”

KBS 취재가 시작되자 코웨이는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겠다고 알려왔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일은 허무하게 풀렸습니다. 코웨이에 요금을 연체한 고객은 정 씨와 이름이 같은 또 다른 정 씨였던 거죠.

하필 또 다른 고객의 생년월일까지 정 씨와 같은 매우 드문 일에 두 사람을 착각해 채권추심절차가 들어가게 됐던 겁니다.

물론 전화번호가 달랐고 주소도 부산과 인천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코웨이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채권추심사에 고객 정보를 넘겼습니다. 그 결과 정씨와 가족들은 채권추심사로부터 내지도 않아도 될 돈을 갚으라는 요구에 시달려야 했던 거죠.

화가 난 정 씨 가족이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하고 경찰서에 찾아가 고발을 준비하자 코웨이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콜센터 외에는 통화도 힘들었던 정 씨에게 코웨이 본사 직원들이 찾아와 사과하고 채권추심사 간부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며 용서를 구해왔습니다.



http://news.v.daum.net/v/202012211558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