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착취 피해 여중생 “못하겠다고 애원했는데도 협박”

“박사방서 요구한 영상은 40여개… 일 마치니 ‘이제 뿌린다’ 메시지”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29692&code=11131200&cp=du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씨의 악랄한 범행 수법이 드러났다. 그는 자신을 ‘주식투자자’라고 소개하며 접근한 뒤 고액 아르바이트를 제시했고, 범행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피해자와의 대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삭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지난해 6월 조씨로 추정되는 남성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A양(16)은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보름 넘게 시키는 일을 다 했는데 마지막에 ‘땔감 다 얻었으니 이제 뿌린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A양은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스스로 용돈을 벌어야 했다. SNS에 ‘아르바이트 구한다’는 글을 올렸더니 한 남성이 쪽지를 보내왔다고 했다. 자신을 주식투자자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A양에게 한 달에 400만원을 벌게 해주겠다며 자신의 주식 통장 내역을 보냈다.

A양은 “통장에 있는 돈을 주겠다고 해서 믿음이 갔다”고 했다. A양은 그가 요구하는 대로 계좌번호와 이름, 주소를 넘겼다. A양은 “스폰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니 몸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했다. 조금 지나니 얼굴까지 드러내라고 했다”며 “거절하니까 그때부터 협박이 시작됐다”고 털어놨다. 그에게 신상정보가 넘어간 상황이라 반항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남성은 A양과 텔레그램으로만 대화했다. A양은 “대화 내용을 캡처해 남기려 했지만 그가 수시로 방을 폭파했다”며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텔레그램으로 메시지를 보내라고 한 것 같다”고 했다. 올가미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A양은 무력해졌고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A양은 그가 지시하는 모든 것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 무렵 겪은 일은 끔찍한 상처를 남겼다. 보름이 넘는 기간 그는 40개가 넘는 영상을 요구했다. 몸 구석구석을 촬영하라고 했다가 신체 일부를 특정 물건으로 학대하라는 지시도 했다. A양은 “몸에서 피가 날 정도로 아팠다. 못하겠다고 애원했는데도 협박했다”고 설명했다. A양이 40여개의 동영상을 보낸 후 남성은 ‘땔감 다 얻었다. 보내준 영상은 유포한다 수고~’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진짜 지옥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시키는 대로 하면 벗어날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A양은 최근에서야 보도를 통해 텔레그램 ‘박사방’의 실체를 접하고 자신이 보낸 영상이 어디로 흘러가 어떻게 유통됐는지 알게 됐다. A양은 “사람들이 내 영상을 봤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은 생각도 못 해봤다고 했다. A양은 “상담소에 가도 경찰에 연계될 테고 결국은 미성년자라 어떻게든 부모님이 알게 될 것”이라며 “누구라도 알게 될까봐 겁난다”고 했다. 그럼에도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는 바람 때문이었다. A양은 “이제 (이런 일은) 그만 일어나야 한다. 나보다 더 어린 친구들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부디 성범죄 처벌법이 강화돼 나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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