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같아선 수십 페이지
적어도 모자란 우리 이야기
어색했던 첫 만남처럼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겠어
햇살이 물든 여름의 사이로
시곗바늘처럼 나란히 달리는 두 자전거
쪽지 시험의 답처럼
어느샌가 잊어버렸나 봐
이상할 정도로 뿌옇기만 해
분명 방금 기억났었는데
파란 하늘에 모두 이끌려
지칠 때까지 놀던 그때가
그렇게 이제는 나를 향해
환하게 내리비추는 햇살이
아직 우리 두 사람이 서로의 곁에서
함께 있다고 속삭이는 것 같아
더위를 먹었나 보다
마음 같아선 수십 페이지
적어도 모자란 우리 이야기
어색했던 첫 만남처럼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겠어
햇살이 물든 여름의 사이로
시곗바늘처럼 나란히 달리는 두 자전거
쪽지 시험의 답처럼
어느샌가 잊어버렸나 봐
이상할 정도로 뿌옇기만 해
분명 방금 기억났었는데
파란 하늘에 모두 이끌려
지칠 때까지 놀던 그때가
그렇게 이제는 나를 향해
환하게 내리비추는 햇살이
아직 우리 두 사람이 서로의 곁에서
함께 있다고 속삭이는 것 같아
더위를 먹었나 보다
첫 페이지를 넘기는 떨리는 손
네가 묶어준 귀여운 풀잎 반지
내일도 그저 오늘만 같기를
비가 온다고 네게 전화할 수 있기를
그렇게 지금은 너를 향해
(못 본 사이에 끊어진 풀잎 반지)
환하게 비춰주고 싶은 내 마음은
(말하지 못하는 내 마음 왜 이럴까)
정말 더위를 먹었나 보다
좋아하는 마음이 어떤 건지
넌지시 내게 물어왔던 너
널 대하는 나의 마음
말할 수 없었어, 이렇게는
이제서라도 다행같아
겨우 솔직해진 내 마음이 들려준 이야기에
쪽지 시험의 답처럼
들을수록 선명히 떠올라
우연히 마주친 푸른 바닷가에서
분명 지금처럼 이랬었어
두 손 가득 사이다를 들고선
하염없이 널 찾고 있어
그렇게 혼자 서있던 나를
안아주듯 스쳐 가는 바람이
아직 오늘을 잊을 만큼 즐거운 내일이
수없이 펼쳐질 거라고 했는데
거짓말이었나 봐
그렇게 지금의 내가 되어
너를 기억하는 이 순간에도
아직 두 사람은 서로의 곁에 있는 거지?
맞아, 마지막 줄을 채우는 말은
아냐, 아직 좀 더 아껴둘래
끝 페이지를 채워나가는 손에
시들어버린 아련한 풀잎 반지
한적해서 기분 좋은 기차에서,
내일도 오늘과 같을 거야
정말 더위를 먹었나 보다